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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자연은 왜 똑같이 반복하지 않을까

2026-09-08

프랙탈에서 생각해 본 AI 생성물의 어색함

최근 링크드인에서 한 분이 여러 장의 AI 이미지를 동시에 보면서 불편함을 느꼈다는 글을 올리셨습니다. 저도 그 글을 읽으며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사람의 얼굴은 얼핏 보면 좌우가 대칭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면 눈의 크기와 높이, 입꼬리의 방향, 광대의 윤곽이 조금씩 다릅니다. 우리는 이러한 차이를 결함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미세한 불균형 속에서 자연스러움과 그 사람만의 인상을 발견합니다.

AI 이미지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자연은 규칙을 반복하지만 결과를 복제하지 않는다

프랙탈은 전체와 부분에서 비슷한 구조가 반복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나뭇가지와 잎맥, 혈관과 기관지, 해안선과 구름 등에서 프랙탈과 유사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연의 프랙탈이 복사기를 이용한 것처럼 정확히 반복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수학으로 만든 프랙탈은 동일한 규칙을 정확하게 반복할 수 있지만, 현실의 자연에서는 대체로 비슷한 원리가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나무의 모든 가지는 같은 성장 원리를 따르지만 어느 두 가지도 완전히 같지 않습니다. 사람도 같은 종으로서 공통된 신체 구조를 가지지만, 얼굴과 체형, 움직임과 표정은 모두 다릅니다.

자연은 ‘같음’과 ‘다름’을 동시에 만들어 냅니다. 반복되는 질서가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게 하고, 반복 속의 변이가 각각을 구분하게 합니다.

눈송이는 같은 원리로 만들어지지만 서로 다르다

눈 결정은 물이라는 동일한 물질에서 만들어지며 기본적으로 육각형 대칭을 따릅니다. 그렇지만 성장하면서 통과하는 공기의 온도와 습도 등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각기 다른 모양으로 발전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물, 얼음, 수증기를 구분하는 원인이 프랙탈인 것은 아닙니다. 이들은 온도와 압력, 분자 운동과 배열에 따라 달라지는 물질의 상태입니다. 다만 눈 결정이나 얼음 표면이 성장하면서 만드는 복잡한 형태에서는 프랙탈과 유사한 자기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자연을 이해하는 하나의 원리를 봅니다.

자연은 동일한 생성 원리를 사용하지만 동일한 결과를 대량 복제하지 않습니다.

눈송이에는 육각형이라는 질서가 있지만 성장의 경로는 각각 다릅니다. 사람에게도 공통된 얼굴의 구조가 있지만 완전히 같은 얼굴은 없습니다. 규칙은 정체성을 만들고, 미세한 차이는 개별성을 만듭니다.

눈 결정은 모두 육각형 대칭을 따르지만, 자라는 동안 지나온 공기의 온도와 습도가 달라 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습니다.

AI 이미지에서 느끼는 불편함

AI 생성물이 항상 지나치게 대칭적인 것은 아닙니다. 최근의 생성형 AI는 비대칭과 불규칙성도 상당히 잘 표현합니다. 그럼에도 여러 AI 이미지를 한꺼번에 보면 비슷한 표정, 매끈한 피부, 균질한 조명과 과도하게 정돈된 구도에서 공통된 인공성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개별 이미지는 아름다운데, 여러 장을 함께 보면 오히려 생명력이 줄어드는 역설이 나타납니다. 이미지마다 다른 사람을 그렸지만, 그 차이가 살아온 시간과 환경에서 형성된 차이라기보다 하나의 생성 방식이 만든 변주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AI가 완벽해서라기보다, 자연스러운 차이를 충분히 담지 못한 채 ‘그럴듯함’을 반복하는 데 있을 수 있습니다.

자연의 불규칙성은 단순한 노이즈가 아닙니다. 사람의 얼굴에 남은 주름과 비대칭, 나무의 휘어진 가지, 손으로 그은 선의 떨림에는 형성 과정과 시간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완성된 모양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남아 있는 과정의 흔적까지 감지합니다.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쪽인공적으로 느껴지는 쪽
두 장 모두 AI가 만든 그림입니다. 왼쪽은 나무마다 크기와 수형, 서 있는 간격이 제각각이고 빛도 고르지 않습니다. 오른쪽은 다섯 그루가 한 틀에서 나온 듯 균질합니다.

AI 시대의 창작에 필요한 것

AI를 잘 활용한다는 것은 더 완벽하고 매끄러운 결과물을 빠르게 만드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균질한 결과에 차이와 맥락을 되돌려 놓는 것도 인간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AI에게 “자연스럽게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시간을 살아왔는지, 어떤 환경에서 장면이 형성되었는지, 어디에 미세한 비대칭과 우연의 흔적이 있어야 하는지를 설계해야 합니다.

프랙탈은 저에게 자연의 중요한 창작 원리를 보여 줍니다.

동일한 원리를 유지하되, 동일한 결과를 반복하지 않는 것.
질서를 가지되, 작은 차이가 살아 있도록 두는 것.

어쩌면 우리가 AI 생성물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오류가 많아서가 아니라, 오류와 차이마저 지나치게 계획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자연스러움은 완벽한 대칭에 있지 않습니다.
질서와 불균형, 반복과 변이 사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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