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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현의 베스트셀러 기획 노트 ⑩ — 경험을 넣었다고 나만의 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2026. 09 · 오서현 출판기획자

AI를 활용해 책을 쓸 때 자주 듣는 조언이 있습니다.

“AI가 쓴 티가 나지 않으려면 자신의 경험을 많이 넣으세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자신이 직접 겪은 사건과 사례는 다른 사람이 그대로 가질 수 없는 중요한 자산이고, 책에 생생함과 신뢰를 더해줍니다.

하지만 경험을 넣는 것만으로 자동으로 ‘나만의 글’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이런 문장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저는 20년 동안 조직을 이끌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여러 번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10년 동안 수많은 고객을 현장에서 만났습니다.”

분명 저자만의 경험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만 나열한다면 독자는 저자의 이력을 알게 될 뿐, 그 경험에서 무엇을 얻어가야 하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책에서 더 중요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알게 되었는가.

그 일을 겪기 전과 후에 무엇을 다르게 보게 되었는가.

그래서 독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해서 모두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20년 동안 조직을 이끈 두 사람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한 사람은 오랜 경험 끝에 “리더는 중요한 순간에 누구보다 빨리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오히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가장 늦게 배운 것은 답을 주지 않고 기다리는 일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경험은 비슷하지만 그 경험을 바라보는 해석은 전혀 다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차이가 저자의 관점이 됩니다.

생성형 AI 시대에는 이 부분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일반적인 정보와 설명은 AI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내가 제공한 경험을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정리하는 일도 AI가 꽤 잘합니다.

하지만 그 경험에서 무엇이 중요했는지, 어떤 순간이 자신의 생각을 바꾸었는지, 수많은 경험을 거친 끝에 지금은 무엇을 믿게 되었는지는 저자가 먼저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래서 AI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달할 때도 단순히 사건을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일을 겪었어. 책에 넣어줘.”

라고 요청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세요.

“나는 이 일을 겪으며 무엇을 알게 되었는가?”

“당시에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무엇이 다르게 보이는가?”

“다른 사람이라면 이 경험에서 무엇을 놓칠 수 있는가?”

“이 경험을 통해 독자에게 결국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있어야 경험이 단순한 에피소드에서 책의 메시지로 바뀝니다.

특히 오랜 경력과 많은 사례를 가진 전문가일수록 자신이 무엇을 경험했는지는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을 통해 형성된 자신의 관점을 별도로 정리해본 적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책을 쓴다는 것은 경험을 기록하는 작업인 동시에, 내가 살아오며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를 언어로 정리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AI는 그 생각을 정리하고 문장으로 표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들여다보고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경험은 책의 재료입니다. 그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저자의 글을 만듭니다.

AI로 쓸수록 ‘무슨 일을 겪었는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래서 나는 무엇을 알게 되었는가’를 써보세요.

그 지점에서 비로소 다른 사람이 대신 쓸 수 없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오서현의 베스트셀러 기획 노트 ― 경험을 넣었다고 나만의 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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