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현의 베스트셀러 기획 노트 ⑥ — 본문보다 목차가 먼저다
2026. 08 · 오서현 출판기획자
원고를 쓰다가 자꾸 멈추거나 방향을 잃는다면, 문제는 본문이 아니라 그 앞에서 만든 목차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목차를 대충 잡고 일단 본문부터 써 내려가면 처음에는 빠르게 진도가 나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전체 구조가 흔들린다는 걸 발견하면, 이미 쓴 원고까지 통째로 고쳐야 하는 일이 생기죠.
좋은 목차는 단순히 다룰 내용을 나열한 목록이 아닙니다. 각 장이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지, 앞장에서 다음 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를 미리 설계한 구조입니다. 독자가 어떤 질문을 따라가며 책의 결론에 도달하게 할지도 이 단계에서 정해집니다.
이 구조가 단단하면 본문에서 무엇을 써야 할지도 훨씬 선명해집니다. 반대로 각 장의 역할이 겹치거나 흐름이 끊기면, 아무리 좋은 내용을 많이 써도 원고 전체가 산만해지기 쉽습니다.
목차의 구조를 잡았다면 그다음에는 장 제목의 표현을 살펴보세요. 전문용어 없이 일상어로 이해되는지, 제목을 읽었을 때 궁금증이나 감정이 살짝 움직이는지를 확인해보는 겁니다. "직장인의 스트레스 관리법"보다 "왜 퇴근해도 머릿속은 계속 회사일까?"가 더 눈에 들어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해볼 일
지금 작성된 목차가 있으시면 장 제목만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읽어보세요.
각 장의 역할이 분명히 구분되는지, 전체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지, 제목만 읽어도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는지.
이 세 가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면 본문을 더 쓰기 전에 목차부터 다시 잡아보세요. 잘 짜인 목차는 본문을 쓰기 전에 만드는 '목록'이 아니라, 끝까지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책의 설계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