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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현의 베스트셀러 기획 노트 ⑦ — AI가 써준 원고, 어디까지 내 글일까요?

2026. 09 · 오서현 출판기획자

AI를 활용해 책을 쓰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놀라는 것이 원고를 만드는 속도입니다.

주제와 방향을 입력하고 몇 가지 자료를 제공하면 AI는 순식간에 문장을 정리하고, 사례를 붙이고, 한 꼭지 분량의 원고까지 만들어냅니다. 이전에는 몇 시간을 붙들고 있어야 했던 작업을 훨씬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AI가 가진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원고가 빠르게 만들어질수록 저자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AI가 써준 이 원고를 어디까지 내 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히 책쓰기의 태도에 관한 것만은 아닙니다. 실제 저작권의 기준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 저작권법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봅니다. 생성형 AI 자체가 저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한국저작권위원회 역시 AI가 만들어낸 결과물 자체와 사람이 창작적으로 기여한 부분을 구분해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를 얼마나 많이 사용했느냐가 아닙니다.

AI를 10%, 30%, 50% 사용하면 저작권이 달라지는 식의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최종 결과물에 인간이 어떤 창작적 기여를 했는가가 중요합니다. AI 결과물을 토대로 사람이 표현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내용을 더하고, 여러 결과물을 창의적으로 선택하고 구성하는 경우에는 그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있는 부분이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책쓰기에 대입해보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주제로 책 한 권 써줘”라고 요청한 뒤 AI가 만든 목차와 원고를 거의 그대로 사용하는 것과, 저자가 책의 주제와 핵심 메시지를 정하고 자신의 경험과 자료를 제공한 뒤 AI와 여러 차례 작업하면서 원고를 다시 구성하는 것은 같은 AI 활용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후자의 과정에서는 저자가 계속 판단합니다.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 것인지, 어떤 경험을 보여줄 것인지, AI가 제안한 내용 가운데 무엇이 내 생각과 맞지 않는지, 이 장에서 독자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지 결정합니다.

바로 이 과정이 중요합니다.

AI를 활용한다는 것은 저자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AI가 더 많은 문장과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 만큼, 저자는 더 많이 선택하고 더 자주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자신의 경험을 AI에게 전달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자동으로 ‘나만의 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20년 동안 이 일을 했다”는 경험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다른 사람과 무엇을 다르게 보게 되었는지, 독자에게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입니다.

AI에게 원고를 맡길 때에도 계속 질문해보세요.

“나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왜 이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은가?”

“AI가 만든 문장 가운데 정말 내 생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 책에서만 읽을 수 있는 나의 경험과 판단은 어디에 있는가?”

AI에게 초안을 맡기는 것과 책 자체를 맡기는 것은 다릅니다.

AI는 자료를 정리하고, 표현을 다듬고, 초안을 만드는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의 방향을 정하고 무엇을 말할지를 결정하며 그 결과에 책임지는 역할까지 넘길 수는 없습니다.

AI는 글을 쓰는 속도를 높여줄 수 있지만, 그 글을 ‘내 책’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저자의 몫입니다.

오서현의 베스트셀러 기획 노트 ― AI가 써준 원고, 어디까지 내 글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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