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현의 베스트셀러 기획 노트 ⑧ — 좋은 프롬프트보다 판단 기준이 먼저입니다
2026. 09 · 오서현 출판기획자
생성형 AI를 활용해 책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프롬프트’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어떻게 질문해야 더 좋은 답을 받을 수 있는지, 어떤 조건을 넣어야 원하는 원고가 나오는지 고민하게 되죠.
좋은 질문이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책쓰기에서는 그보다 먼저 갖춰야 할 것이 있습니다.
AI가 내놓은 결과가 좋은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AI에게 책의 목차를 세 가지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잠시 후 서로 다른 세 개의 목차가 나왔습니다. 각각의 구성도 제법 그럴듯하고 제목도 그럴싸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어떤 목차가 내 책에 가장 적합한지 나는 판단할 수 있는가?
판단 기준이 없다면 결국 다시 AI에게 묻게 됩니다.
“이 중에서 어떤 목차가 제일 좋아?”
AI는 또 하나를 추천해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정말 내 책의 독자와 메시지에 가장 적합한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처음에는 문장을 만드는 일만 AI에게 맡겼던 사람이 어느 순간 책의 방향과 구조를 정하는 판단까지 AI에게 의존하게 됩니다.
그래서 프롬프트를 고민하기 전에 먼저 저자에게 필요한 것은 ‘기준’입니다.
내 책은 누구를 위한 책인지.
그 독자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책을 찾는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독자에게 어떤 생각이나 변화를 남기고 싶은지.
각 장은 전체 책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내 경험과 관점 가운데 반드시 담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이런 기준이 분명할수록 AI를 훨씬 잘 활용할 수 있습니다.
AI가 새로운 목차를 제안했을 때도 “재미있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하지 않고, 내 책의 핵심 메시지를 더 잘 전달하는 구조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AI가 사례를 추가했을 때도 내용이 풍부해졌다는 이유만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 사례가 독자의 이해를 실제로 돕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AI가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어주었을 때도 표현이 좋아졌다는 이유만으로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내가 원래 말하려던 의미가 달라지지는 않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좋은 프롬프트는 저자의 생각을 대신 만들어주는 기술이 아닙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방향과 판단 기준을 AI에게 더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법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책을 쓰면서 AI에게 질문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어떤 결과를 좋은 결과라고 판단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AI가 열 가지 답을 내놓아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필요한 것은 취하고, 맞지 않는 것은 버리고, 부족한 것은 다시 요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은 단순히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좋은 결과를 알아보고 선택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프롬프트보다 먼저, 나만의 판단 기준부터 세워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