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쓴 책이라고 밝혀야 할까
2026-10-03
출판계 AI 사용 원칙이 저자에게 요구하는 것
2026년 9월 29일, 한국출판인회의와 한국작가회의 등 12개 단체가 한국출판인회의 포럼에서 「독자를 위한 출판사와 저작자의 AI 사용 원칙」을 발표했습니다. 출판사가 이 표시 기준을 현장에 적용하도록 40개 문답으로 풀어 쓴 「AI 출판물 표시 가이드라인 Q&A」도 공개되어 있습니다. 원칙은 AI를 거부하지 않습니다. 전문에는 오히려 물어야 할 것이 도구를 썼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AI에 맡겼으며 그 결과의 최종 판단과 책임을 누가 지느냐라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AI로 책을 쓰는 저자는 무엇을 확인하고, 무엇을 남겨 두어야 할까요?
기준은 사용량이 아니라 검증입니다
원칙 제7조는 책을 세 단계로 나눕니다. 사람이 창작하고 AI는 단순 교정·교열, 개요 짜기, 목차 구성 등에 제한적으로만 썼다면 1단계 인간 저작물입니다. 사람이 쓴 내용을 AI로 보완했거나, AI가 만든 내용을 사람이 통제하고 검증해 완성했다면 2단계 AI 보조 저작물입니다. 사람의 통제와 검증이 없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3단계 AI 생성 출판물로 봅니다(Q&A 3단계 표). 2단계와 3단계는 판권면이나 눈에 띄는 곳에 표시하도록 권장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나누는 기준입니다. Q&A의 첫 문답은 AI를 몇 퍼센트 썼는지 계산할 필요가 없다고 답합니다. 이 기준은 AI 사용 비율이나 AI가 만든 분량을 보지 않고, 사람이 검증했느냐를 봅니다. 또 책 전체에 등급 하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본문·번역·표지·삽화를 영역마다 따로 판단합니다. 본문은 사람이 쓰고 표지만 AI로 만들었다면 책 전체를 AI 생성 출판물로 보지 않고, 본문과 표지를 각각 판단합니다(Q26).
사람이 많이 고쳤다고 검증한 것은 아닙니다
AI가 쓴 초안을 많이 고치면 사람의 글이 될까요? Q&A는 수정한 비율이나 문장이 달라진 정도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답합니다. AI가 쓴 표현을 채택해 고쳤다면, 충분히 검증했더라도 인간 저작물이 아니라 AI 보조 저작물로 봅니다(Q10). 고친 흔적이 많아도 사실이나 출처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충분한 검증으로 보기 어렵다고도 밝히고 있습니다(Q17). 반대로 초안을 AI가 전부 썼더라도 사람이 그 내용 전반을 실질적으로 검토하고 사실·출처·권리 관계를 확인하며 채택·수정·삭제를 결정했다면 AI 보조 저작물이 됩니다(Q02). 다만 읽어 보고 문장을 다듬은 것만으로는 충분한 검증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러면 검증이란 무엇일까요? Q&A는 사람이 최종 결과를 이해하고 채택·수정·삭제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하며, 어떤 부분을 무엇에 근거해 확인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Q16). 일부를 뽑아 확인한 결과만으로 나머지까지 검증했다고 보지 않으며, 인용·수치·고유명사·전문 정보는 그 성격과 위험도에 맞게 확인합니다(Q20). 책임도 분명합니다. 원칙 제12조는 AI를 도구로 썼다는 사실이 저작자의 책임을 줄이는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하고, 제14조는 AI가 지어낸 사실 오류의 책임이 기본적으로 저작자에게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다른 AI가 확인한 것은 검증이 아닙니다
한 AI가 쓴 글을 다른 AI에게 점검하게 했다면 검증한 것일까요? Q&A의 열아홉 번째 문답은 이 부분을 분명히 합니다.
AI의 답변끼리 일치한다는 사실이나 AI가 내놓은 '문제없음' 판정을 인간의 검증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다른 AI의 검토는 사람이 확인할 항목을 찾는 보조 자료로 쓸 수 있을 뿐입니다. 두 AI가 같은 답을 내놓아도 함께 틀렸을 수 있다고 저는 봅니다. 결국 원전을 직접 열어 대조하는 일은 사람에게 남습니다. 원칙 제14조가 AI가 산출한 정보를 원전이나 공신력 있는 자료로 직접 대조하라고 한 것도 같은 뜻입니다. 저자가 직접 검증해도 되지만, 스스로 만든 결과를 익숙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원자료 대조 같은 확인 방법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고 Q&A는 덧붙입니다(Q21).
원고를 넘길 때 알릴 것
원칙 제17조는 저작자가 원고를 넘길 때 AI를 활용한 단계와 범위를 출판사에 미리 알리고, 출판사가 추가 설명이나 자료를 요청하면 합리적인 범위에서 응하도록 합니다. 독자에게 보이는 표시에는 도구 이름과 사용 비율, 프롬프트가 공통 필수 사항이 아니며, 이런 것은 내부 기록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Q34). Q&A는 검증 기록으로 담당자, 확인 날짜와 최종본, AI를 쓴 영역과 범위, 확인한 항목과 근거, 주요 수정 사항을 간단히 남기기를 권고합니다(Q24). 모든 대화 기록을 보관할 필요는 없지만, 판단의 근거는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자에게는 이것이 오히려 준비할 거리를 분명하게 해 줍니다. 원고를 쓰는 동안 어느 장의 어느 부분에 AI를 썼고, 무엇을 어떤 원문으로 확인했는지 적어 두면, 그것이 출판사에 알릴 내용이 되고 출판사가 판권면 표시를 정할 근거가 됩니다.
이 약속이 정하지 않은 것
다만 이 원칙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전문 스스로 법령의 자리를 대신하지 않으며, 제도가 정비되기 전에 마련한 현장의 약속이라고 밝힙니다. 원칙은 표시를 권장하고(제7조), 언제부터 적용할지는 운영 방침으로 따로 정해야 한다고 남겨 두었습니다(Q39). 표시가 내용의 정확성을 보증하지도 않습니다. Q&A는 AI 보조 저작물이라는 표시가 국가나 별도 기관의 인증을 뜻하지 않으며, 오류가 전혀 없다는 보증도 아니라고 밝히고 있습니다(Q35). 원칙은 정기적으로 검토·개정될 수 있다고 합니다(제20조). 이 글은 2026년 9월 30일에 읽은 원문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래도 국내 출판사에 원고를 보낼 저자라면 먼저 확인해 둘 기준이라고 봅니다. AI를 써도 되느냐는 질문에 이 원칙이 준 답은, 써도 되지만 검증과 책임은 사람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참고한 자료
- 한국출판인회의 외, 「독자를 위한 출판사와 저작자의 AI 사용 원칙」, 2026 https://kopus.org/ai-principles.html
- 한국출판인회의, 「AI 출판물 표시 가이드라인 Q&A」, 2026 https://www.kopus.org/ai-labeling-guide.html